파이트 포 러브

“뭡니까.” 새벽부터 보도국 출근. 변 앵커가 가장 날카로울 그 시간대에 그의 뒤를 따르는 집요한 시선이 있었다.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 미행은 출근한 그가 사무실에 들러 대본을 챙기고, 분장실로 향하는 약 한 시간 이십 분 동안 이어졌다. 당최 모를 수가 없었다. 대본을 눈으로 읽힐 때, 백현은 주변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. 마지막...

고스펙 출신의 유능한 젊은 앵커. 백현을 두고 부르던 수식어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. 한성그룹 막내딸 유여주의 남자친구로. 두 사람이 어디서 만나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에 대한 추측성 기사들이 열 시간 만에 몇백 개가 쏟아졌다. 새벽 내리 잠들지 못한 끝내 상체를 일으킨다. 커다란 손으로 얼굴을 쓸며 마른 한숨을 깊게 뱉었다. 속사정을 알 리 없는 보도 국장...

이른 새벽. 보도 국장의 호출이다. 평소보다 빠른 출근길에 목덜미가 뻐근했다. 오후에는 입에도 대지 않을 진한 카페인으로 잠을 쫓고. 눈으로는 쉼 없이 대본을 읽혔다. 저마다의 출근길로 꽉 막힌 도로. 계속 걸려 오는 독촉 전화. 낮게 한숨이 깔린다. 백현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그만 내려놨다. 빠르게 건물 안으로 진입한다. 승강기에 탑승해 비친 유리창에...